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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윤원경, 김책, 홍경섭 트리오의 하우스 콘서트 후기


관객들이 몰입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
 어린아이, 학생, 직장인, 노인들, 심지어는 음악가들이 우리 셋이 만들어내는 음악에 눈과 귀뿐만 아니라 오감을 열어 받아들이는 것을 연주하는 내내 볼수 있었고, 느낄수 있었다. 그것은 그들의 에너지가 연주하는 나에게 전달되는 걸 의미하는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난 더욱더 깊이 음악에 빠져들었고, 내 기량을 뛰어넘고 싶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난 연주할때는 관객의 눈을 쳐다보지 않는다. 하지만, 곡 중간중간에 간단한 멘트를 할때는 모든 관객들의 눈을 한번씩은 꼭 맞추려고 노력한다. 방금 연주했던 곡에 대한 관객의 느낌을 전달받고 다음곡에서 그들이 기대하는 것을 느끼고 싶어서 이다. 많은 경우,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어 물어보기도 한다. '방금전 곡 어땠어요?' 난 빙빙 돌려서 묻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좋았어요'라는 답이 오지만, 그건 많은 경우 인사치레라는 건 나도 안다. 하지만, 가끔은 '어려워요', '이상해요', '시끄러워요'등등의 대답이 들리기도 한다. 사실 난 좀더 주관적인 그리고 순간적인 대답을 기대한다.

 연주와 동시에 관객으로 부터 그 연주에 대한 느낌을 듣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우면서도 바로 연주자와 관객이 느낌을 공유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생각된다. 미술관에 가서 미술작품을 감상할때는 미리 안내서를 읽고 배경지식을 습득한 후 실제 미술관에 가서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는다. 작품 창작 배경이나 그 당시 작가의 생각이나 상황등,,,, 이러한 배경지식은 작품을 이해하여 내것으로 만드는 데 큰 도움을 뿐만 아니라, 내가 작가와 작품과 공감을 형성하도록 하는 원동력이 된다.

 재즈는 순간의 예술이다. 오직 그 순간 딱 한번만 연주되는 음악이다. 지금 연주되는 음악을 내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뮤지션이 같은 관객앞에서 연주해도 그 음악은 같지 않다. 그래서, 내겐 연주 직후 관객과 나누는 대화는 연주만큼이나 소중하다. 상상해 보라. 고흐의 그림을 보러 고흐미술관에 갔더니, 고흐가 직접 나와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해준다고 말이다. 하하하, 난 물론 그런 훌륭한 예술가가 아니다. 오해 말도록....

 물론, 어떤 경우에는 말이 느끼는 것을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 나만의 감성으로 느끼고 있는 것을 타인이 강요하게 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하기에, 나또한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은 많이 미숙하고 부족하지만 그래도 관객과의 공감이 이루어지는 것을 종종 확인하기에 계속 해 나갈 것이다.

 이날 하우스 콘서트에서는 즉흥성을 더욱 강조하였기에 세명의 연주자가 보통때보다도 더 많은 집중력과 몰입이 필요했다. 관객들은 2시간동안 우리가 만들어내는 음악과 몸짓과 말에 즐겁게 반응해 주었다. 난 2시간이 흐른지도 몰랐다. 난 음악에 빠져 내가 연주하고 있는지도 잊었었다. 연주자에게 이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어디 있으랴! 

 본 공연이 다 마치고, 뒷풀이에서 무려 세곡이나 더 연주했다. 한풀이 했다!!!

한동안 그 여운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