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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뮤지션들에게 보내는 내 마음의 편지이야기 2014. 4. 5. 13:10
나와 함께 연주하고 공연하는 모든 동료 뮤지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여년간 뮤지션으로서 살아오면서 내가 누군가와 연주를 하고 누군가가 나와 연주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동료들과 동거동락하면서도 그것이 당연한 마냥 그들에게 진심어린 고마움을 표현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공연 끝나고 '고맙다', '수고했다'등의 의례하는 인사는 자주 했습니다만, 가슴으로부터 우러러 나오는 그런 깊은 감사의 표현은 한 적이 없습니다. 이건 당연히 우리의 일이기에 그리 고마워 할 필요도, 고마움을 바랄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 몇일전, 공연을 하는 도중 무대위에서 같이 연주하는 뮤지션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냥 일상적으로 연주하면서 바라본 것일 뿐입니다.무대위에서 연주에 집중하여 관객들에게 최고의 음악을 선사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동료 뮤지션들을 바라보며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연주에 집중하고 그날 공연을 잘 마치었습니다.
끝나고 나서 혼자 운전하며 집에 오는 길에 다시 한번 돌이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느낌은 무엇일까? 왜 갑자기 느껴졌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일반적인 뮤지션들의 생활과 사회적 현실이 떠올랐습니다.
우리 뮤지션들은 공연하고 연습하고 가르치면서 삽니다. 그 중에서도 공연은 우리가 가르치면서 번 돈으로 연습하고 갈고 닦은 것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최고의 순간입니다. 공연을 하고 싶어서 뮤지션이 되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가리치고 연습하느라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습니다. 공연은 뮤지션의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내 감성을 음악적 언어로 표현하여 다른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기에 그 순간 자체가 매우 소중합니다. 더욱이, 내 마음을 잘 알아주고 내 연주와 더욱더 잘 소통이 되는 동료들과의 공연은 돈의 가치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기쁨을 줍니다.
그 공연에서 저는 무대에 함께선 동료 뮤지션들에게서 음악에 대한 존경과 동료에 대한 인간적인 배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음악으로서 동일체가 되고자 하는, 마치 하나의 생명체가 되어 같은 운명을 가고자하는 비장함까지 느꼈습니다.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작곡하고 편곡한 곡들, 제 자식들을 자기 자식 마냥 최선을 다해 보살펴 주시는 저의 모든 동료 뮤지션 여러분께 무한한 존경과 사랑을 바칩니다.